[감정노동] 플랫폼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 안전하지 않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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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 안전하지 않다

-권리도 차별받는데 괴롭힘조차 차별당하는 쪽에 집중-

 

저는 12년 경력의 대리운전기사입니다. 대리기사는 사적 공간인 고객 차량에 대한 방문과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문 노동자이면서 이동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대리기사는 차량에 탑승하면 고객의 사적인 공간에 방문자가 되어 사이드미러를 조정하거나 시트를 당기거나 할 때도 고객의 심기를 살펴야 합니다. 컴플레인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감정 노동과 인내를 강요합니다. 참지 못하는 기사는 플랫폼에서 배제 대상이 됩니다. 내비게이션을 켰다는 이유로 모욕을 당하고 지시한 대로 가지 않는다고 폭언을 듣기도 합니다. 폭언과 협박으로 더 운행할 수 없어 운행을 중지했더니 보호는커녕 징계가 뒤따릅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 호소도 회사는 나 몰라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회사의 실수로 1시간을 허비했지만, 회사는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책임자에게 전화를 해 항의하니 대뜸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수화기 너머로 쏟아집니다. 왜 욕하냐고 항의했더니 배차 제한이 뒤따릅니다. 마치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듯 협력사 수십 곳에 블랙리스트를 돌립니다. 노동청에 갔더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업무방해 형사 고소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법망 밖에 갑을 관계를 악용한 부당한 강요와 갈취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성과 CJ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둔 한 대리회사는 소속 기사가 경조사비 강제 징수에 이의를 제기하고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그런데 엄연히 처벌받아야 할 회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뻔뻔스럽게 해고한 기사의 업무방해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리운전기사는 고객과 회사의 괴롭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프리랜서나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노동자로 인정되고 법이 예외 없이 작동되었다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와 기업주들, 법 제도를 배제하는 차별을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이러한 죽음의 주범과 공범이며 가해자라 생각합니다. 오요안나 님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더 이상 괴롭힘당하지 않고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받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갑시다.


이창배 노조 위원장